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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대학입시에서의 운(運), 실력(實力) 그리고 기회(機會)
    작성일 2017-09-19 16:09:37
    첨부파일

     

     2018학년도 수시 모집 지원이 끝났습니다. 서울 소재 명문 대학 중 하나인 한양대학교 논술전형(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하지 않음)에는 396명 모집에 34,710명이 지원하여 87.65:1이라는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논술 전형만이 이미 확정된 학생부 성적의 부족한 부분을 만회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수시 전형 방법이라고 학생, 학부모님들이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외형 경쟁률로 보면 합격 할 수 있는 수험생은 기껏해야 100명 중 1명꼴입니다. 이런 경우 합격한 1명과 떨어진 99명 수험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합격한 것은 실력 때문일까요? 아니면 행운 때문일까요? 그리고 떨어진 것은 실력 부족(또는 실수) 때문일까요? 아니면 운이 나빠서일까요? 2등으로 떨어진 학생과 1등으로 합격한 학생 간에는 과연 얼마나 실력 차이가 있을까요? 논술 전형에서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설정하는 것과 설정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적으로 더 나은 방법일까요?

     

     선발을 위한 입시 경쟁에서 최소한의 자격 기준은 행운에 의존한 로또식 경쟁이 아닌 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지원 기회를 열어 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보다 적절한 자격 기준이 주어지면 지원할 대학에 대한 합격 가능성을 사전에 보다 정확하게 가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험생들이 특정 대학에 대한 지원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합격 가능성이 더 높은 대학으로 변경하여 지원하게 되면 행운보다는 실력으로 합격 여부를 겨루게 되고, 그 결과 역시 그렇게 해석하여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8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 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학교당 2명 추천 인원 제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함)원서 접수 결과입니다. 모집인원 757, 지원 인원 2,432명으로 3.21: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100명 중 31명이 합격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2018학년도 고려대학교 고교추천전형(추천 인원은 재학생 기준 4%로 제한, 최저학력기준 적용함)400명 모집에 1,639명이 지원(경쟁률 4.10:1)하였고, 고교추천전형1,100명 모집에 7,842명이 지원(경쟁률 7.13:1)이 지원하였습니다. 각각의 전형에서 합격 가능한 인원은 100명 중 24, 14명입니다. 서울대와 고려대 모두 나중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질 경쟁률로 계산해 보면 합격 가능한 인원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추천 인원이 사전에 적절하게 정해지거나, 최저학력기준 등의 설정으로 지원 자격을 정하여 전형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합격한 학생이나 불합격한 학생들 대부분이 그 결과를 운보다는 실력 탓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필요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추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행운에 기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됩니다.

     

     추천 인원을 제한하는 전형만이 수험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시험에서든 시험 문제 수가 제한되어 있고, 그 출제 내용 역시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행운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행운에 기대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요. 적어도 교육 분야에서는 행운보다는 노력에 의한 실력이 당락이나 성패를 더 많이 결정하는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되는 2019학년도 대학입학 시행계획에 의하면 수시 모집 265,862(76.2%), 정시 모집 82,972(23.8%), 전체 348,834(100%)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금년보다 수시 모집 비율(73.7%)이 2.5% 증가하였습니다. 이미 대학 입시는 수시 모집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시 모집으로 선발하는 전형 중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전형과 종합전형 비율이 총 모집 인원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입시에서 학생부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에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불리할까요? 이 질문은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일 것입니다. 학생부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는 당연히 유리할 테고, 나쁜 학생에게는 불리할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학생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학생부 성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전국의 모든 학교가 저마다 다른 프로그램 운영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부 비중이 높아졌을 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학생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사에 있습니다. 수시 지원 전 고등학교 5학기 재학 중에 치르게 되는 중간, 기말고사 중 한 번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이것이 족쇄가 되어 명문대 진학 노력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은 과거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입시 제도인 셈입니다.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이 낮아진 것은 재학생 때의 실수나 게으름을 반성하고 다시 노력하여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다는 꿈과 기회를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조건 재수나 삼수를 지지하거나 권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미성숙자인 학생들에게 도전 기회를 보다 많이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교육적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배우고 익히는 학창시절부터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는 구조 속에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조언은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중3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발표가 1년 연기되었습니다. 앞으로 입시 제도가 어떻게 개편되든, 핵심은 입시 경쟁력도 높고, 프로그램도 좋은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학생, 학부모님들은 실수하지 않는,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충분히 고민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입시 제도가 개편되어 우리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의 실수와 실패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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