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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사진
    • 한방수 선생님 | 전주신흥고
    • 역경을 이겨낸 승리
    • 2017-07-14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17년이 되는데 매년 스승의 날 아침이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전화로 인사를 해 오는 제자가 있다. 어느 해인가는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불편한 몸으로 작은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를 들고 땀을 흘리며 학교로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 아이는 뇌성마비 1급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였다.

    그가 인문계고등학교에 들어와 고3 때 우리 반이 되었을 때는 나는 난감할 뿐 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는지 특수아 지도에 경험이 전혀 없던 나는 두려움도 있었다. 행동도 부자연스러웠고 그가 이야기하는 말도 재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3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 아이의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었고, 전화속의 말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장난도 하고 떠드는 그를 보며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 얼마나 잘 못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담임 선생님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힘이 이렇게 큰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은 그 아이가 교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동아리 부서를 정하는 일이었다. 우리학교는 기독교 학교로 남학생으로 이루어진 빛 소리 중창단이 있는데 그 중창단에 들어가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안된다고 하자니 그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겨 주는 것이 될 것이고 해 보자고 하면 담당 선생님이 당혹해 하실 것 같아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일단 그 아이를 돌려보내고 담당 선생님과 상의를 하였다. 처음에는 난색을 보이시던 선생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허락을 해 주셨다. 그 아이의 그 때의 기뻐하는 모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후 그 아이는 연습도 빠지지 않았고 행사 때마다 불편한 몸으로 다른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 해는 우리 학교가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 이어서 여러 행사도 많았다. KBS에서 진행하는 골든벨 프로그램에도 나가 노트북을 사용하여 답을 적어 보임으로 카메라에도 잡히고 단독 인터뷰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이러한 활동들을 인정받아 대학 진학 시 기독교 교육학과에 당당히 합격 할 수 있었고 대학 4학년 때는 어엿한 모습으로 교생 선생님으로 다시 학교에 오게 되었다.

    4주간의 교생 실습 중에도 열심을 다하는 그를 보며 장애는 우리의 편견일 뿐 그 에게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교생 실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는 우리 집에 전화를 했다. 우리 집사람이 전화를 받았는데 정색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누구냐고 물었다니 웬 술 취한 사람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누구를 바꿔 달라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 없어 그냥 끊었다는 것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 아이라 생각하였고 다시 전화벨이 울려 내가 받았다. 그동안 4주간의 교생 실습이 선생님 덕분에 너무 좋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 그 아이는 여러 분야에 도전을 하여 지금은 오 마이 뉴스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이 우리 학교를 방문 하였을 때도 휴대용 노트북을 들고 많은 기자들 틈에 끼어 타자도 불편한데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뉴스를 보니 내가 느끼지 못했던 부분까지 아주 근사한 문장으로 그날의 행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그날 밤 다시 전화가 왔다. 모처럼 모교를 방문 했는데 선생님께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것이다. 이제 장가도 가야 하지 않겠냐 했더니 아직 여자 친구가 없으니 선생님이 소개를 해 주시면 그날 바로 장가들겠다고 농담도 한다.

     

     아이들의 능력은 무한하다.

    우리들이 편견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 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도 어둔하고 글씨 쓰는 것도 불편한 그 아이가 그래도 나름대로의 자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지 36년 째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해온 나를 뒤돌아본다. 그리고 오늘도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또 밤늦도록 불 켜진 교실에서 자기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과 마주한다.

     

    주역에 각득기소(各得其所) 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제각각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당당함과 마땅함을 얻는다는 뜻이다. 선천적 장애로 인하여 어렵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스스로 찾아 당당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감으로 역경을 딛고 이루어낸 승리한 삶을 사는 그 아이처럼 모든 아이들의 모습도 분명 변하고 성장하여 마땅히 있어야할 자리를 찾아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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