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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구 선생님 | 보인고
    •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K군
    • 2017-08-07

     

     

      K군을 처음 만난 것은 1학년 수학영재학급에서였다.

     1학년에서 소화하기에는 다소 심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어려운 과정에서도 맑은 눈망울로 참여함은 물론 뛰어난 이해력을 보여주어 눈여겨 본 학생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긍정적 첫 인상을 남기고 영재학급에서의 만남을 끝맺었다.

     

      1년이 조금 넘은 후 2월에 3학년이 될 K군이 학급에 배정된 것을 알고 나름 기대를 갖게 되었다. 학생들의 성적을 미리 파악해 본 결과 역시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대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첫날 깨닫게 되었다.

     

      2월에 신학년 대비 학생상담과 자습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K군은 지금까지 겪어왔던 많은 최상위권 학생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항상 잠에 취해 있는 모습과 자주 조는 모습에서 처음에는 학원을 많이 다녀서 피곤해서 그런가? 게임 때문에 늦게 잠드는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이전학년 담임 선생님과 얘기도 나누어 보고 같은 재단의 중학교 출신이라 중학교 담임 선생님과도 얘기를 나눠보고 어머님과의 전화 상담을 하면서 K군은 6년간 사교육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는 학생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스마트폰조차 없으며 게임과도 전혀 거리가 먼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가정에서도 자율적 의견을 존중하고 흔히 말하는 어머님의 치맛바람이 전혀 없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몇 안 되는 학생임을 알게 되었다. 자율형사립고에서 사교육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게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상담 과정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한 힘겨움과 현재 뚜렷한 목표 없이 하는 학습의 어려움이 이유임을 알게 되었다.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누구에게나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큰 기대에 따른 실망을 안고 3월 학기가 시작되자 2월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전에 봤던 총명함과 집중력을 다시 보여 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간고사와 학력평가의 결과물은 충격적이었다. 매월 성적 출력 이후 마다 이뤄지는 지속적인 상담에서도 특유의 긍정적 사고와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도 중간 과정에서 실패는 하였지만 최선을 다해서 극복한 경우가 많았다는 상담내용에서 오히려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 기우(杞憂)이며 맘이 편해지는 듯한 묘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객관적으로는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갖게 되었으며 안심하게 되었다.

     

      K군은 자신의 약속대로 기말고사에서 극적인 성적의 향상을 보여주었고 허언(虛言)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학생과의 상담에서 3학년 담임으로서 객관적 분석과 학생의 발전을 위한 격려와 희망 상담의 조절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중간고사 직전 다른 학급에서 익숙한 글씨체의 노트를 발견하였다. 바로 K군의 과학 노트였다. 평소 깔끔한 글씨체와 꼼꼼한 정리를 눈여겨 봐두었기 때문에 금방 알아보았다. 최상위권의 학생임에도 수업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지니고 있어, 다른 반에서도 시험 기간에 K군의 노트를 자주 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K군은 힘들게 만든 노트를 부탁하면 전혀 거리낌이 없이 누구에게나 빌려주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성적만을 위해 관련 과목에만 최선을 다하고 자신과 관련 없는 스펙이라고 생각되는 활동에는 무관심한 학생들이 많다. 게다가 K군은 중간고사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5월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원고지 여러 장을 고쳐가면서 참여하는 진지한 자세와 제출물에서 느껴지는 학업외의 다른 능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이과학생임에도 평소 연예, 사회이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다른 학생들에게 늘 도움을 주며 함께 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욱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주고 질문을 받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인 학생이었다.

     

      자율형 사립고에서 이기적인 행동과 자신만을 아는 학생들을 마주칠 때마다 K군을 생각하게 된다. 꼭 학원을 다녀야 하는 질문에 회자되는 몇 안 되는 바른 인성을 지닌 모범학생이었으며, 부모님이 학교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준 학생으로 앞으로 만나기 어려운 제자라 생각한다.

     

      올해 K군의 동생이 다시 3학년이 되었다. 동생 역시 바른 인성을 지니고 있어 두 아이의 아빠로서 바른 인성으로 키운 부모님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이 글을 쓰면서 매년 스승의 날에 아직 스승이라 부르기에는 부끄럽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했던 나를 돌아본다. 나에게 기억이 남은 제자에게도 나 역시 기억에 남는 스승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하며 남은 교직 생활에도 항상 이 질문을 품고 생활하려고 한다.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해준 K군에게 글을 통해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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