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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진 선생님 | 대신고
    • 큰아들 늦장가 가던 날

     

     막내(나의 아들) 첫 휴가 나오기 전에 편지로 격려해주고 차비하라고 현금 넣어 보내준 큰아들(제자)이 지난 2월에 혼례를 치렀다. 요즘에 37살이면 늦은 나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부모 없이 열심히 살아가던 녀석이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많은 하객을 모시고 축복 속에 결혼식은 아름답게 진행되었다. 행복한 가정이 탄생하는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론 먹먹한 결혼식이기도 하였다

     

      지방 중소도시 학교에 근무하던 때로 필기시험이 고등학교 당락을 결정하던 곳이라, 현재의 고3 못지않게 치열하게 고입을 치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해 우리 큰 아들은 타 도시 소재 고등학교에 지원하여 예비소집에 응하기 위해 떠났고, 필기시험 전날 즉, 예비소집 날에 그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이 슬픈 사고를 고입시험 치루는 아들에게 바로 알리지 못했다. 단지 시험 끝나고 우리 집으로 와 있으라고만 신신 당부하였다. 퇴근 후 집에 서둘러 가보니 와 있던 이 녀석이 온데간데없다. 아내에게 물으니 친구하고 통화하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빠르게 나가버렸단다. 급하게 시골집으로 뒤쫓아가 그렇게 슬픈 어머니 장례식을 치렀다. 10여년 후 제대하기 1주일 전에는 술과 보증으로 한세월 보내시던 그의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제대하는 녀석에게 짐이 안 되려 하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제대와 함께 고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다 할 재산도 남기지 않으시고 부채와 정리할 것들만 남겨 놓으셨다.

     

      그 후 어린 나이에 이런 저런 감당해야 할 시련들 앞에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며, 졸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20여년 이상 서로를 챙기고 걱정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이런 녀석이 결혼식 날을 잡았다고 하니 내가 얼마나 신이 났던지 모른다. 그 동안 제자들 주례는 몇 차례 서본 경험이 있지만 주례는 늘 부담스럽다. 그래서 되도록 사양해 왔으나 이 녀석 결혼만큼은 꼭 주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기에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결혼 전에 찾아온 녀석은 내게 엉뚱한 부탁을 해왔다.

     신랑의 부모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주례는 목사님께 부탁드렸으니, 나보고 아내와 함께 꼭 부모역할을 해 달란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설득을 했다. 작은 아버지들, 고모나 이모님께 부탁드리라 했으나 막무가내여서 참으로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헤어진 후로 전화로도 제일 좋아하는, 의지하는 친척 분께 부탁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에 나서 봤지만 선생님이 꼭 해달란다. 자기한테는 내가 아버지이고 나의 아내가 어머니라고. 선생님이 안 해주시면 그냥 부모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협박(?)도 해온다. 평소에 너 우리 아들 큰형해라!” “넌 내 큰아들이여라고 했던 말들이 씨가 된 모양이다.

     

      결혼식 날 아침부터 아내와 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신랑의 부모로 변신하기 위하여 제일 좋은 양복으로 챙겨 입고, 아내는 한복을 곱게 갖추어 입고 신부처럼 화려한 화장에 덩달아 즐거워했다. 마치 큰아들 장가보내는 마음으로. 막상 하객을 맞으면서는 긴장도 되고, 옛 제자들을 만나니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모, 이모들이 나와 아내의 손을 잡고 감사하다며 연신 눈시울을 적셔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마 돌아가신 신랑의 어머니,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나시는 듯하였다. 사정과 형편을 잘 알기에 나와 아내도 함께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식이 진행되면서 신랑 측 부모 석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축복하는 마음으로 박수도 치고 신랑신부의 절도 받았다. 두 사람의 행복한 생활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원하였다. 

     

      교직에 종사하면서 이런저런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각양각색의 사연도 많지만, 정말로 이날의 경험은 내게 최고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주례는 많이 해도 혼주역할을 한 선생님은 없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교사로서 성실히 지도 했는지? 참 스승으로 올바르게 가르쳤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늘 부족하기만 했고, 후회되는 장면과 떠오르는 제자들 모습에 부끄럽기만 하다. 남은 교직 생활만큼은 더 정성스럽게 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의지를 돋워 본다.

     

      이번 주말에 큰아들 내외와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였다.

     아내가 꼭 밥을 해주겠노라고 했으나 안 된다 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맛스런 식당에 예약을 해 놓았다. 아내도 무척 기다리는 눈치이다. 91세의 우리 아버님도 좋아라 하신다. 손자가 여럿인데도 손자 하나 더 생겼다며...

    예쁘고 마음씨 좋은 착한 아내 만나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예쁘기만 하다.

    큰아들 내·외 파이팅! 이제는 외롭지 않게 둘이 의지하며 행복 하거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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