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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사진
    • 양재혁 선생님 | 명덕여고
    • 인연

     

     어느덧 교사로 첫 발을 디딘지 33년째가 되었다. 개교 2년차 명덕여자고등학교에 임용되어 지금까지 이동 없이 근무하면서 24천여 명의 학생이 배우고 졸업하는데 함께하였다. 진학부장을 맡고 있던 2009년 봄 1학년 교무실에서 신입생 엄마가 2회 졸업생인데 고3 담임이 바로 나였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개교 이래로 첫 사례여서 신기하기만 하였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20대 초반에 결혼을 해야 말이 되었다. 엄마 이름을 확인한 순간 22년 전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성격으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나타났다.

     

     궁금하여 당장 딸을 만나보니 외모와 말투가 붕어빵처럼 닮았다.

     학업 성적이 매우 우수하여 고3 때 인문과정 최상위 학생 중 한 명 이었다. E 대를 수능 관계없이 수시 합격하고 S 대를 생각하면서 수능을 보았는데 참으로 불행하게도 상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와 E 대를 입학하게 되었다. 최근에 근황을 알아보니 E 대 졸업을 포기하고 금년에 교대를 입학하여 가장 나이 많은 1학년 신입생이 되었다고 한다. 취업이 어려운 인문계 학생들의 한 단면을 보면서 씁쓸했다. 나의 제자인 엄마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 후로는 학교에서 설명회를 하거나 외부에서 강의를 하고나면 한 두 엄마가 남아서 저 알아 보시겠어요?’ 하고 다가와 인사하는 졸업생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와 대학교육협의회 주관으로 ‘2012 정시전형대비 대입상담캠퍼스' 가 있었던 날이었다.

     전체 진행을 맡고 있었는데 본부에 찾아온 모녀가 있었다. 원래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사정이 있어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서울에서 대입진학상담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상경했다고 하였다. 서울 학생들에게 미리 사전 접수를 받고 진행하던 중이어서 상담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현장 접수는 없었을 때였다. 조그만 캐리어를 들고 찾아온 모녀의 간절한 모습을 보고 직접 상담을 해 주었다. 대부분 수시를 논술 전형으로 상향 지원하여 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보통 상담을 하면 신분을 현직 교사라고만 하고 소속과 연락처는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그 날은 명함을 주면서 혹시 수시가 모두 불합격되면 정시 지원하기 전에 연락을 하라고 하였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학교 학생들의 정시 상담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제주도 학생이 전화를 하였다. 수시가 모두 불합격되어 정시 상담을 자세히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 학생은 보통 아이들과 달리 여대를 기피하지 않았다. 지난번 상담 때 추천해 주었던 대학 중 목표를 숙명여대로 정했고 남은 것은 학과 선택이었다. 1순위 미디어 학과는 조금 불안했고 2순위 중어중문과는 적절했다. 꼭 합격시켜야 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종 경쟁률 발표까지 보고 2순위를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내 딸을 지원시키는 마음으로 컨설팅을 해줘서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내가 진학지도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고 기억에 남는 사례였다. 현재 학교와 학과에 대해 매우 만족하면서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후회 없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의 직접적인 제자는 아니지만 작은 인연이 지속되고 있고 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미래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금년에는 2학년 담임을 맡았다. 여러 해 진학부장을 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특별하게 지도해보자는 각오를 가지고 학기를 시작했다. 3월 학력평가 결과가 나온 후 다른 담임들과는 달리 모녀와 함께 상담하기로 마음먹고 방과 후로 상담 시간 약속을 잡았다. 맞벌이 부모는 낮 시간에 학교 설명회에도 오기 힘들어 첫 대면이 많았다.

     

     하루는 모녀가 함께 들어오는데 엄마가 먼저 '선생님' 하면서 다가왔다.

     직감적으로 졸업생이라는 것을 감지했고 내가 담임이었다는 사실도 바로 알게 되었다. 딸이 미리 말을 하지 않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이름도 금방 생각이 났고 고3 때 생활했던 모습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외모가 고3 때 모습 그대로여서 쉽게 기억이 났다. 생김새와 말투가 비슷한 모녀를 나란히 앉혀놓고 상담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비교가 되었고 딸에게 엄마의 고교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2대에 걸쳐 모녀의 담임을 맡은 경우도 개교 이래 처음이어서 교무실에서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고교 선후배 관계인 모녀이기에 후배인 딸이 잘못하면 바로 선배인 엄마를 지도하게 되었다. 같은 학교에서 33년이라는 교직 생활이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새삼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 삶의 인연은 헤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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