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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사진
    • 오용식 선생님 | 청주 청석고
    • 담임보다 더 담임 같았던 실장

     

     어디서나 눈에 띄는 학생이었습니다.

     남과 다른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늘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었지만 절대 뒤로 숨지 않았습니다. 입학하자마자 실시된 골든벨 녹화방송에서는 남과 다른 외모에 대한 자기 생각을 직접 전했고, 다채로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다며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 교외 활동 등 항상 적극적으로 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던 학생은 기자를 꿈꾸며 더 넓은 세상의 사이사이를 더 자세히 관찰하고 의미를 찾아내 소통하려 노력했습니다.

     

     학생이 2학년이던 때 방과후 학교 시간을 통해 학생을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학생이 다른 과목에 비해 널뛰기하는 수학 점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건너 듣게 됐고 참고서 한 권을 건네주며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 조언했습니다. 제가 어려웠는지 본인이 부담스러웠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학생은 감사 인사만 했을 뿐 따로 찾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3학년에 진급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의 담임이 되었고, 모든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학생이 실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맡게 된 고3 여학생 담임 자리는 모든 언행이 조심스러웠고 부담스러웠습니다. 시간은 흐르는데 마음대로만 되지는 않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언젠가 나중이 되면 내 맘을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제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혼자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그때 학급 학생들과 제 사이에서 서로의 말과 마음을 전해주느라 고생했던 실장이 바로 이 학생입니다.

     표현에 서툴던 제가 많은 고민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서기를 주저하던 사이, 오히려 힘든 수험생 생활 중에도 저를 걱정하며 챙겨주는 모습에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언제나 학급을 위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던 이 학생은 늘 학급 학생들을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책임감이 강했던 실장을 아이들은 신뢰했고 학급에는 위기가 숱하게 찾아왔지만 언제나 모두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극복하려 노력하는 믿을 수 있는 실장이 있어 참 고마웠습니다.

     

     수험생 시절은 대부분 공부, 시험, 원서접수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때입니다. 그렇지만 이때 우리 학급은 1년의 긴 레이스에서 일상 속의 작은 일들을 만들고 즐기면서 함께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체육대회 때는 화려한 응원을 선보여서 전교의 눈길을 끌었고, 졸업앨범은 온통 저희 학급 학생들이 장식했습니다. 틈틈이 제게 힘내라며 다 같이 편지를 써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김말이와 어묵꼬치를 직접 준비해 밥상을 차리기도 하는 등 많은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수능을 4일 남기고는 본인들 손으로 벌어 제 생일도 챙기고 간식비도 벌어보겠다며 헌책을 직접 나르기도 했습니다. 수 없이 많았던 작은 추억들은 분명 함께했던 모든 학급 구성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을 겁니다. 힘든 시기에 함께 힘내는 법, 서로를 위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친구들을 북돋을 줄 아는 학생이었습니다.

     

     학생의 담임이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학생에게 다시금 수학 공부를 돕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학생은 그동안 교무실로 찾아와 수학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털어놨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민낯을 보이기 어려운 것처럼, 학생은 자신 없는 과목에 민낯을 보이길 두려워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누군가 함께해주지 못할 거라 생각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학생과 머리를 맞대고 찾은 해결법은 빈 교실에서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통해 꾸준히 질문하는 것. 매일 밤 빈 교실을 찾아 전전해야했지만, 수학이 학생의 꿈을 발목 잡지 않길 바랐기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쉽게 실력이 늘지 않는 과목이었지만 저도 학생도 포기하지 않았고 학생이 수시 최종합격을 하기 전까지 야간 수학 공부는 계속됐습니다.

     

     늘 어떤 위기에도 강인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학생이 우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수시 면접을 앞둔 때였습니다.

     담임인 저에게도 때로는 직설적인 비판을 망설이지 않았던 학생이었는데, 모의 면접 상황에서 다른 선생님이 학생의 외모에 대해 질문하자 학생은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눈물의 의미가 그간 속에 묻어둔 부담감이었는지, 남들의 시선을 홀로 견디며 쌓아온 서러움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학생을 데리고 자리를 옮겨 제가 처음 고향을 떠났을 때의 이야기, 처음 발령받은 이야기, 처음 우리가 만난 날 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눈물을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저는 그 날 학생을 한참 바라보면서 상처 있는 소녀가 그동안 참 잘 버텨왔구나생각했습니다. 제가 해준 말을 후에 무엇 하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학생이 앞으로 더 당차게 살아가는데 제가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 날이었습니다.

     

     졸업식 전날 밤, 3학년 담임 선생님들끼리 모여 간단한 회식을 하다가 한 선생님께서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많은 선생님께 사랑받았던 학생은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하는 짓궂은 전화에도 그 마음을 아는지 묵묵히 듣고 있었습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한 바퀴 돌아 제게 넘어온 휴대전화에 저는 ‘1년 동안 많이 아꼈다, 고마웠다고 마지막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겨우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음 날 졸업식을 마친 후 저를 다시 찾아온 학생은 작은 책을 한 권 제게 내밀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았던 3년이 다시 기억 속에 평범하게 기억될 날이 되었을 때 작은 것,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아 수능 이후 틈틈이 지난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일기 쓰듯 써내려갔다는 기억을 걷는 시간이라는 자전 수필이었습니다. 지금도 학생이 건네준 책을 종종 들춰보며 소중했던 이 모든 것들을 다시 추억하곤 합니다.

     

     학생은 결국 남과 다른 외모에 관해 묻는 면접질문에 울지 않고 이런 답을 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사이를 관찰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기자가 되고 싶다던 학생은 더 단단해졌고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탐사보도 기자가 됐습니다. 남들이 찾지 못하는, 더 나은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스스로 매번 도전하고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는 학생의 신념은 언제나 귀감이 됩니다. 학생을 만나 함께 나누는 신념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기에 학생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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