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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석용 선생님 | 서라벌고
    •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제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나의 좌우명이자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평소에 내가 입에 달고 사는 얘기다. 그 동안 너무 흔하게 인용된 구절이어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한 해 두 해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이 좌우명이 더욱 절실히 다가올 때가 많다.

     

     학생들은 종종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제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학생들도 아마 내 입에서 나올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질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들이 예상하는 것과 같이 뻔하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 하지만 좀 더 덧붙여 얘기한다면 어느 곳에 있든 그 자리에서 내가 가진 정열의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소진하겠다는 자세를 가진 학생이다.

     

     25년간(1992~ 현재)의 교직생활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의 알량한 잣대로 감히 평가할 때 매력이 있는 학생이든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든, 또 속을 썩인다 싶은 학생이든 모든 학생들을 차별 없이 아끼고 애정을 갖고 지도해야 마땅하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 맘에 쏙 드는 학생이 없는 건 아니다. 내 맘에 쏙 드는 학생이 바로 김00 군과 같은 학생이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 가서 학급대항 장기자랑을 할 때는 온갖 분장을 다해서 우리 모두를 배꼽 잡게 하고, 온갖 장비를 다 갖고 와서 마술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의 입을 딱 벌리게 하고, 당사자가 속에 들어 있는 듯 기가 막힌 성대모사를 하는 학생, 그리고 체육대회 때는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모든 경기에 몰입하는 학생, - 나는 이런 학생들을 보면 나는 왜 저 시절에 저렇게 살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며 한편 부럽고 또 부끄럽고 한없이 멋지고 사랑스럽다. 뿐만 아니라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내가 지나가도 눈길 하나 줄 틈 없이 책에 빠져 있는 학생을 보면 또 어떤가. 게다가 그런 학생이 겸손까지 하다면... 00 군은 바로 이런 학생이었다.

     

     유난히 수줍음을 타고 말수가 적은 학생. 하지만 수업 시간만 되면 단 한 번도 조는 적 없이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리는 얘기까지 빠짐없이 메모해 두고 기억하는 학생. 나는 이 학생이 왜 전교 1등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이 학생이야말로 전교 1등이어야 마땅하다, 아니 전국 1등이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 무렵 우연히 대입 면접 준비를 하는 교실에 들어갔다가 그런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 학생의 답은 1개의 문장으로 끝이었다. ‘요즈음 한창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교실 붕괴의 원인은?’ ‘... 우리 학교에서 교실 붕괴는 없습니다.’ ‘급우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겠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갈등은 생기지 않습니다.’ - 이런 식이었다. 어느 날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서 얘기를 좀 하자고 했다. 김군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있었다. ‘00!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 저는 다른 애들에 비해 머리가 나쁜 것 같습니다.’ - , 나는 이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성적 면에서 전교 30등 내외의 등수를 유지하는 학생이니까 최상위권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공부를 잘 하는 학생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평소 그에게 갖고 있던 불만만큼 김00 군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적이 놀랐다. ‘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저는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보다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 보이는 친구들이 저보다 훨씬 성적이 좋은 걸 보면서요...’ 그 후 그 학생과 꽤 긴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물론 그 긴 시간 동안 그 학생은 별로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더욱 오기가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00이 최소한 우리 학교 전체에서 1등을 못하면 그것은 바로 나와 우리 학교 선생님 모두의 책임이다.’

     

     내가 이런 당돌한 생각을 한 이유는 어찌 보면 김00이 평소에 보여주고 있는 수업 태도를 비롯한 모든 학습 태도를 통해서 볼 때 전교 30등 정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히 말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최소한 1달 전부터 내신공부를 시작해서 모든 시험 과목에 대해 그것도 꼼꼼히 10번을 보지 않고는 시험을 치른 적이 없다는 김00. 나는 이 김00에게 특별히 해줄 말이 없었다. 다만 뭐라고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교직 경험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면 너는 분명히 1등이어야 한다.  내 이 말을 믿어줄래?’ ‘... ...’

     

     그 후로도 내가 한 그 말을 확신할 수 있는 결과가 선뜻 나오지는 않아서 내심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종 결과는 수능에서 전교 1등을 했고 가슴 졸이는 과정을 거쳐 00(무슨 대학인지 독자들이 상상해 보시길...) 법학과에 합격하게 되어 합격 날 우리 둘은 감격의 포옹을 했다.

     

     누구든 자신이 하고 있고 하고자 하는 일(물론 그 일은 나 자신뿐 아니라 국가와 인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어야 한다는 것.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장차 히틀러가 되거나 이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에 미친 듯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얼마나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하는가? 나도 김00 군처럼 나부터 최고의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되고 자식이 되고, 또 스승이 되고자 내가 하는 일에 미친 듯 몰두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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